기본권의 포기란 기본권의 주체가 국가 또는 사인에 대해 자신의 기본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하는 의사표시를 말한다. ‘기본권침해에 대한 자발적 승낙’ 또는 ‘기본권적 보호법익에 대한 침해의 동의’라고도 정의한다. 국가에 대한 기본권 포기의 예로서는 영장 없는 가택수색에 동의하는 행위, 당국의 전화감청을 허용하는 행위 등이 있다.
어떤 행위가 기본권의 포기와 같은 외관을 띤다고 항상 기본권 포기의 법적효과가 바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권의 포기와 요건과 효과, 한계에 대하여 알아보자.
기본권 포기는 헌법이나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기본권제약행위가 있을 때에만 문제 된다.. 기본권 포기는 헌법이나 법률이 정당성을 직접 부여하지 않는 국가나 다른 기본권주체의 기본권제약행위에 헌법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기본권 주체의 동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기본권 포기의 요건은 기본권주체의 처분가능성, 기본권 포기 의사표시, 기본권 포기의 자발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지만 효과를 발생하게 된다.
기본권주체가 기본권을 포기하기 위해서는 기본권주체는 기본권의 향유자일 뿐 아니라 기본권의 처분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예컨대 친권이나 선거의 비밀처럼 기본권이 기본권주체의 이익에만 이바지하지 않거나 먼저 다른 헌법적 법익에 기여하는 바가 있으면 처분권은 제한되거나 부정된다. 기본권주체의 이익이 다른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하다고 인정될 때에만 기본권주체의 처분권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기본권포기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기본권주체의 포기의사가 표시되어야 한다. 의사표시는 일정한 형식이 없이 발해질 수 있고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도 표현될 수 있다. 다만 묵시적인 의사표시는 객관적인 사정에 의해 분명히 포기를 의도하고 있다는 것이 상대방에게 드러나야 한다. 포기의사는 기본권제약행위 이전에 표시되어야 하고, 기본권이 제약될 때 여전히 포기의 의사표시는 존재하여야 한다. 포기의 의사표시는 분명하게 인식되거나 인식될 수 있어야 하므로, 포기여부가 의심스러우면 기본권주체가 기본권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다는 것으로 추정된다. 즉 포기의사는 추정되지 않는다.
기본권 포기는 개념상 의사표시의 자발성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포기의사를 결정할 때에는 직접적인 강제는 물론 간접적인 강제 혹은 사기나 착오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강제에는 물리적인 것을 물론 심리적인 것도 포함된다. 그리고 포기를 결정할 때 한쪽의 지위가 법률적으로나 사실적으로 우위에 있어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불가능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구조적으로 불평등한 국가와 개인의 관계에서 기본권 포기의 결과가 이로 인하여 얻는 이익에 비하여 과도하게 부담이 되는 때에는 임의성이 인정되어서는 아니 된다.
기본권주체의 의한 기본권이 포기가 있으면 국가 또는 사인에 의한 기본권 침해는 헌법적으로 유효하게 된다. 그리고 국가 또는 사인은 기본권 침해에 대해서 아무런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그리고 기본권주체가 기본권을 포기하더라도 기본권은 소멸하지 않고 단지 그 행사가 부분적으로, 일시적으로 정지될 뿐이다. 이때 정지되는 기본권행사는 기본권제약에 대한 방어권행사로서, 포기된 기본권의 보호를 권리구제수단을 통해서 관철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기본권포기 그 자체가 기본권의 적극적인 행사이기도 하지만 자유의 제한이라는 측면을 내포하기 때문에 무제한 인정될 수는 없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최고의 불가침적 헌법원리로써 기본권포기의 한계로 적용한다.
기본권 포기는 포기가능성을 명시한 법률의 근거가 없어도 가능하기 때문에 법률유보원칙은 기본권 포기의 한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기본권주체와 국가는 헌법과 법률에 구속되므로, 기본권포기도 헌법이나 법률에 어긋날 수 없다. 즉 헌법이 법률에 명문의 금지규정이 있으면 기본권 포기는 허용되지 않는다.